사람의 가치란 결국 사람이 행하는. by 라임香Serum

먹고 살아남아야만 하는 세상에 처음 발 디딛고 당신과 나, 이런 다짐 아니 소망을 가졌더랬지.
'우리 삼십대엔 일차적 소망을 손에 쥔 채로 비전을 바라보자.'
여전히 아둥바둥 거리며 사는 현실이 한탄스럽지는 않다. 사실 아둥바둥 거릴 '꺼리'가 있음에 감사해야할 시기이니까.
서문이 길었는데, 거기, 당신은 살만해?

주절주절 늘어놓는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아니, 민망해서 핑계꺼리 깔아주시는거지. 미안해. 나 너무 소홀했지? 지난 두어달 돌아보니 딱히 결과물은 없는데 아무튼 언젠가는 만들어질 무언가!를 위해서 나름 열심히 살아주셨거든. 텍스트로 옮길 실천력이 부족했다 뿐이지, 마음은 늘 당신 곁에 있었음을..... 이런 이런 아, 유치해진다.

고모님께서 아프시단다. 그래. 병원에 갈 때마다 나 그 익숙함에 숨이 막히곤 해. 고모부님 뵐 때도 고모님 아들들 볼 때도, 내 아무리 1차 가족의 마음을 감히 범접할 수는 없을테지만서도 익숙해, 익숙해서 숨이 막혀. 떠올려보면 막상 4년 전엔 어떠했는지 디테일한 감정까지는 떠올려지지 않음에도 그들의 기분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서 고개를 저어도 그 때의 감상으로 돌아가곤 한다. 미친듯이 미안하지만서도 환자의 생각과 감정을 난 알지를 못해. 4년 전에도 나 그렇게 알고 싶었는데도 알 수가 없었어. 하지만 환자를 바라보는 1차 가족들의 마음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안해야지 안해야지'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이입하여 그들의 고통과 동행하여 오히려 위로가 아니라 그들을 더 힘들게하는 것만 같다.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건네는 나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옳음을 알면서도, 야속할지도 모를텐데.

나는 감히 넘보지도 못할 고모님의 순수한 신앙심으로, 더불어 이것은 더더욱 나로서는 엄두도 못낼 고모님의 인격적인 선함 때문에 버티고 계시는 것이라 생각해. 웃기게도 이 집안, 4년 전에 누구도 그랬지만 (누구를 말하는지 당신은 더 잘 알겠지?) 간병인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이타적인 천성이잖아. 이렇게 선하고 남에게 피해안주려 그리 애쓰고 또 그 때문에 정작 당신들은 누리지 못한 삶을 보냈음에도, 왜 이러한 시련에 놓여 끝을 봐야하는지 솔직하게 나 속상하고 불공평함에 나, 회의감이 든다. 마지막 가는 길의 호사를 누리고자 선행을 하고 선심을 가진 것이 당연히 아니겠지만, 이렇게 고통 받으면서까지 가야할 이유는 없는 것 같아. 더불어 자신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겐 또 얼마나 큰 상처이며 아픔인지. 지금까지도 아물수 없는 내 상처에 가끔은 감당해내기 힘든데, 그래 내가 힘들어서 더 이렇게 듣지도 보지도 못할 당신에게 한탄하는건지도 모르겠다.

막연하게나마 당신이 없다면 참 힘들겠다 싶었는데, 요 몇년 동안 혼자 감당해나가다보니 지난 그 모든 일들을 당신과 함께여서 내가 감당해냈던 것이지 나의 그릇이 커서는 아니었던 것 같다. 과정과 결과로 놓고본다면 뚜렷한 실패는 없지만 멘토가 없이, 동기가 없이 고비를 넘긴 후에 돌아보는 허탈함이, 과정에서의 고통보다 더 클 것이라고는 나 생각해본 적 없는데.. 그냥 그래. 항상 당신은 나의 비전에서의 동기였고, 과정이었고, 그 과정에서의 멘토였으며, 성취 기쁨의 동반자였으며 결과물 획득의 공통 분모였으니까.

D와 얼마전에 술을 마시는데 당신 이야기가 나왔어. 한동안 D는 나의 지나친 예민함에서 비롯된 과거에 대한 집착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그 단계를 넘어서 당신을 거의 완벽하게 내 현실 속에 끌어들여 흡수 시킨 것 같다고 하더라. 그래서 난 진지하게 물었단다. "어떡하지? 나 큰일난거야? 병원 가봐야할까? 정신 착란 이런거 아니야?" 라고. 미안하지? 내가 만약 그런 병에 걸린거면 적어도 당신이 70퍼센트의 모티브인 것이니까. 그런데 D의 대답이 너무 애매모호해서 그냥 지금도 심란하다. 이렇게 말했어.
"안되는건 정말 안되는거..너 보면서 알겠다."

사랑이란 끝도 없는 상투성과 미성숙함 속에서의 반복일 뿐이라는 말에 진심으로 공감하며 당신이 사라져버린 이후부터 지금까지 하루 하루를 보내지 않았나 싶다. 이 범주 안에서 학습이란 학습 능력으로서 발전을 기대할 수 없으며, 그저 감정의 기복에 따른 성장 착각일 뿐이라던 당신의 말. 나 그게 그 때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는데, 이제서야 피부로 느낀다. 나이를 한 두 살 먹고 세상을 조금이나마 경험하며 늘어가는 통찰력은 인정하지만서도, 당신을 향한 마음 또 그것을 여전히 믿도 끝도 없이 가능성이 제로퍼임에도 당신이 받아들여주기를 바라는 마음, 이 상투성과 미성숙한 유아적 마인드는 그것을 표현하는 미사여구와 직간접 경험의 토대만이 늘어났을 뿐 본질은 그대로다. 이걸 당신은 좋게 말하여 한결같음이라 하였고, 결과가 좋지 않을 때는 미련함이라 하였지. 우린 결국 결과론적으로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기에 난 여전히 미련함 속에서 허덕이는건가.

아직은 그래. 난 여전히 당신이라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었던 또 지금 사랑하는 시간에 대해 감사하고, 나란 사람을 사랑해주었던 사람이 당신이었다는 것이 진심으로 진심으로, 자랑스러워. 어느 다른 누군가가 내게 주었던 당신의 사랑을 받았다면 난 그 사람을 세상 누구보다 부러워했을지도 몰라. 사람에겐 사람의 세상이 있는 것이고, 사람의 가치란 결국 사람이 행하는 사랑에 의해서 주어질 수 있다고 믿는 나로서는 당신이란 사람의 사랑, 그것이 내 삶의 가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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